4년여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남미 여행!
나름 체력에는 자신이 있던
터였지만 고산증에는 아주 취약한 걸
경험했던 지라 여행 5~6개월을
앞두고 몸 고루기 작전에 돌입을
했었다.
거의 매일 6km를 걸었고 몇 군데의
지역 산을 탔으며 생전 안 먹던 건강 보조식품까지 동원해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을 한답시고 한껏 준비를 했건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모든 준비는 완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넘어가면 예외없이
덮쳐오는 고산증세, 그럼에도 희망적인 게 하루만 버티다 다음 날 마추픽추로 내려갔다 돌아오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 조금만 참자, 였는데
전혀 예상 못했던 페루 전 지역 특히 쿠스코 지역에서의 격렬한
시위로 공항과 육로, 모든 교통수단의 폐쇄로 우리 팀들은 예상치 않게 첫 날
도착하자마자 쿠스코에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고 말았다.
첫 날, 두째 날은 그래도 곧 나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방금 도착한
그리도 그리워하던 쿠스코,마추픽추를
들어갈 수 있는 관문 쿠스코,
세계 모든 자유로운 영혼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쿠스코에 지금 입성했다는 흥분과 감격에 고산증이
함께 했지만 충분히 견딜만 했고,
그 또한 즐거운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셋째 날 넷 째 날부터 뭔가 장기전으로
가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과 계속 고산약과 타이레놀, 수면제로 버티는
시간들이 힘겨워지기 시작했고,
쿠스코 시내말고는 단 한 발자욱도
나갈 수 없는 처지와 숙소 밖 또한
시위대의 행렬로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아 걸었고, 성당들 박물관 기념품 가게들,노점들 심지어 식당들조차도
문을 닫아걸어 쿠스코 시내를 나가 보아도 어슬렁거리는 개들만이 천지고
간간히 시위대들과 경찰들이 보이고
그 많던 차들, 자전거,북적이던 여행객들, 쿠스코 시민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렸는 지 거리는 한산하고 적막하고 도시가 너무도 조용하고 한가로워 예전의 쿠스코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쿠스코에 있는 동안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추픽추가 포기가
안되었지만, 4일째가 되어갔을 때는
쿠스코만 빠져나가도 살 것 같다라는
바램으로 바뀌어 갔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속에 그럼에도
결국 쿠스코를 벗어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을 할 때,
공항에 남아있던 여행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던 기억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순간 울컥했던 느낌이
떠오른다.
우린 그저 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갇혀 고산증에 시달리고 그리고 마추픽추 비롯, 무지개산과 피삭과
살리네라스등 쿠스코를 기점으로
투어할 수 있는 곳 모두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아쉬워하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우리를 책임지고 있는 나쵸팀장님은
어떻게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려고 나름 애를 쓰셨던 부분,
우리의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로
많은 신경을 써 주셨던 부분에
지금도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후로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고산증세로 거의 반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날려버리고,
아타카마 사막에서 겨우 정상으로
돌아와 달의 계곡 투어와 밤 늦게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별보기 투어를 참여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별 보기 투어는
우유니 사막에서의 별보기보다
훨씬 못하다는 개인적 평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일행들과 점심 식사 후 너무 피로해
오후 일정을 함께 할 수 없어
혼자 숙소로 돌아오다 길을 잃었고,
다행히 너무도 친절한 칠레의 젊은 연인들의 도움으로 15여 분의 거리를
그들의 안내로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몇 몇 팀원들은
산티아고에 대한 좋지않은 경험을
했었고, 악명 높은 치안에 대해 말들을
많이 했었지만, 그럼에도 난 산티아고는
내게 어린왕자의 따뜻한 별의 고향처럼
너무도 낭만적이고 심성 고운 따뜻한
젊은 연인들이 사는 그런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의 그 따뜻한 마음으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 친절을 되돌려주며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나초팀장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파타고니아' 지역의 시작 푸에르토 나탈레스,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인냥
사방팔방으로 끊임없이 몰아치는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의 그 잊을 수 없는 바람, 바람, 바람...
거대한 빙하의 바람을 머금은 엘 찰텐에서 시작 된 감기는
남은 여행 일정을 완전 망쳐 놓았고
결국 집에까지 달고 와 집에서야
그 빙하의 바람으로 시작된 기침 감기는
영광 읍내 의원의 링겔 한 방으로
끝장이 났다.
춥고 바람 잘 일도 없던 날씨는 엘 칼라파테에서 끝이 났지만
빡센 일정은 따뜻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넘어왔지만 더 강도가
쎄지고 기침 감기는 더 거세어지고...
내 개인적 여행은 거의 감기와의
사투가 되어버렸고, 급기야는 될데로
되라는 식으로 그저 일어나면 따라댕기고 좀 정신차려지면 혼자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고 단체 일정이 없는 날은(거의 없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쉬는 걸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 쿠바로 넘어오면서부터 일정이
좀 느슨해지며 자유 시간이 늘어났고
아침 잠을 좀 충분히 잘 수가 있었고
조금씩 컨디션이 나아지긴 했었다.
쿠바는 내게 참 각별한 여행지였는데
많은 각성과 생각꺼리를 제공해
주었다.
우린 너무 많은 걸 누리며 살고 있다는
걸 그들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그 고마움을 모르며 무언가를 찾아
끝없이 헤맨다는 것.
쿠바인들 그들 생활의 물질적 심플함과
단조로움... 내 어렸을 적 시골 동네의
그 시대를 보는 것 같아 참 정겹고
마음이 아릿해 그 나라를 떠나는데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또 오리... 그러니 아쉬움이
놓여졌다.
멕시코 칸쿤, 뚤룸,플라야 카르멘 등등
너무도 자본주의 분위기에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너무도 익숙한 느낌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잉카의 유적지는 너무도 허무하고 어이없게 건너 띄어버리고 마야 유적지 치첸이사의 유적지를 나름 칸쿤 못지않게 기대했었는데, 치첸이사마저 그곳 주민들의 시위로 밟아보지 못하고
다른 비슷한 곳으로 대체해 다녀왔지만
아무리 같은 마야문명 유적지라해도 대체품은 대체품일 뿐... 그 또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곳이였다.
벨리즈는 쿠바와 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키코커는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동네였지만 멕시코 국경에서 벨리즈 시티를 향해가는 3시간여의 거리에서 느낀 점은 정말 다른 세상에 온 듯한 풍경이였다.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자연을 최대한 활용되지 않는 그런 곳,우리나라의 7~80년대전라도 어느 섬지방을 보는 듯한 그런 푸르름이 참 인상깊었었다.
키코커에서 마지막 느긋한 휴식은
정말 내게 꿀맛 같았지만...!
이 여행은 내게 끝까지 해피엔딩을
허락치 않았으니
한나절 홀찬 스노쿨링 나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Nurse Shark에게 물려 하마터면 엄지 손가락을 절단 당할 뻔~(ㅋㅋ)
손가락을 상어에게 찢기고도
그 어여쁜 카리브해 바다를 그냥 두고
돌아올 수 없어 어렵사리 고무장갑을
구해서 잘라 그걸 상처난 손가락에
뒤집어 씌우고 카리브해에 몸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적셔보고 떠날라
발악을 했지만, 그날사 말고 새벽부터
비 오더니
엄청 기온이 떨어져 종일 바다에 나가
어여쁜 바다만 멍 때리고 보다
결국 벨리즈시티에서 마지막 여정을
위해 기냥 총총히 떠나오고 말았다.
38일 동안의 여정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였는데,
그 기간에 스펙다클한 4계절을 다 겪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으며, 그 와중에 아름다운 미소로
또는 따뜻한 몸짓으로, 위로, 걱정스러움, 배려, 호기심...다양한 표정 속의 눈빛들과의 교감, 집에 가만히 있든
세상 밖을 나와 떠돌이를 하든 결국
사람 사는 이치는 사람과의 관계가
전부라는 것.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여행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도 빡셌던 일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이게 도데체 놀러온 건지,
일하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휘몰아치는
일정에 몸은 아프지...나중에는 정말 돌아가고픈데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에
울며겨자먹기로 질질 끌려다니며
만만한 나쵸팀장님께 계속 불만 불평
하소연을 쏟아부었는데,
그럼에도 팀장님 얼굴색 한 번 안 구기고
그걸 다 받아주며 아재 유우머와 위로,
자상함으로 잘도 이끌어 주신 나쵸님께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두껍게 프린트된 38일 일정표를
공항에서 나눠주었는데 그 무게마저 줄인다고
뱅기 타기 전에 공항에 던져버리고,
미팅 때마다 다음 일정에
대해 자세히 입 아프게 설명을
다 했음에도 건성 듣고 돌아서서 바로 잊어버리고 나쵸님께 묻고 또 물어도
성질 한 번 안 부리고 백 번 물어도
다 대답해 줄 것 같은 표정으로
느긋히 대답해 주는 나쵸님의 인내력과
성격 좋음에 한 참 어리지만
보고 배운 바가 정말 많았었다.
이 점 또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여행을 하다보면 일행들간의
분위기가 참 중요한데 저희 258차
팀원들은 대부분 점잖으시고
배려심도 많으시고 인내력이
좋으신 분들이라 함께 한 일정 내내
따뜻한 보살핌과 진심어린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이 좋은 기운을 얻어 이 또한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가까운 이들에게
그 기운들을 돌려주며 살아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38일 동안 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브라질,쿠바,멕시코,벨리즈를 함께 여행한 나초팀장님 비롯
258차 팀원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우연히라도 다른 여행지에서 뵙기를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