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팀후기

  • 249차 중미여행을 다녀와서
  • 2020-03-12 1358조회작성자 : 박상길/249차
  • '꿈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손으로 적고, 발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존 고다드는 말했다.

    나는 꿈 대신 여행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남미를 오지투어 리얼배낭으로 다녀온 후 워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중미를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다가 때마침 기회가 되어 중미 리얼배낭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의미 있는 시간은 아주 짧게 지나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우리의 삶이 변화를 한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한비야는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수 많은 의미있는 경험과 사람들을 만났다. 또한 내 삶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영향을 준 기회였다.

    친구들은 시도는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나서 못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도전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가 기회다.

    우리 중미 리얼배낭팀은 비슷한 나이대로 구성되어 처음에는 작은 갈등도 있었지만 소피아 팀장의 적절한 판단과 헌신적이고 친절한 안내, 모두의 동참으로 한 팀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멕시코에서는 별 문제가 없이 환승하여 첫 국가인 파나마시티에 도착하니 코로나19 문제로 검역직원이 나와 별도의 면접을 거쳐 입국하였다.

    세계문화유산인 카스코 비에호의 정겨운 풍경과 점심으로 메르카도 데 마리스코 수산물 시장에서의 바닷가재 요리, 책에서만 보았던 파나마 운하에서 배가 통과하는 광경을 직접보는 감동 등 처음부터 흥분의 연속이었다.

    소박한 도시인 보케테는 케찰 트레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게이샤 커피 투어 등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 답게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었다.

    케찰은 볼 수록 아름다운 새다. 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여러 마리가 노니는 광경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코스타리카의 마누엘 안토니오 국립공원에서는 자연의 보고라고 밖에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접했으며 산타엘레나로 가는 도중의 석양의 아름다움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몬테베르데 운무림 생태보전구역은 마치 원시시대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라 포르투나로 가기 위해 아레날 호수를 가로질러 이동할 때의 아름다운 정경과 아레날 화산 트레킹 중 방송에서만 보던 잎개미들의 행진, 폭포에서 숲이 깊어 서늘한데도 서슴지 않고 옷을 벗고 들어간 젊은이들의 모습, 온천 등은 지금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

    여행 전에도 멕시코의 아즈테크 문명과 마야문명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직접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설레임이 있었는데 눈으로 본 광경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거대 피라미드 도시인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 시티에서 1시간 거리로 입구에서 멀지않은 케찰코아틀 신전부터 그 규모와 방송에서만 보던 조각상에 압도 당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가장 큰 구조물인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태양이 피라미드 정중앙에 위치한 순간 깨달았다. 그 눈부신 햇살이라니...

    날은 더운데 그늘도 없이 상상보다 긴 죽은 자의 길을 걸으면서 양쪽에 즐비하게 건축된 거대한 피라미드 등 별다른 기계의 도움없이 이루어진 건축물 등을 보며 인간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달의 피라미드에 오르니 모든 피라미드와 구조물들이 한 눈에 보여 그야말로 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멕시코인들은 이런 조상들의 유적을 통해 자긍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모발현지인 과달루페 성당에는 멕시코 각지에서 온 단체 순례객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성모상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데, 진지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숙연해진다.

    디에고 리베라의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는 대통령 궁,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과 옛 아즈테크 유적, 소칼로광장을 돌아보고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의 저녁식사 등 멕시코시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행복을 선사해 주었고, 방대하고 풍부한 자료와 멕시코 삶의 역사가 녹아있는 국립인류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역사박물관, 멕시코의 대표적 화가 중 하나인 프리다칼로의 치열하고도 진솔한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프리다칼로 박물관 등은 시간의 부족함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인 비블리오데카 바스콘셀로스는 상상의 산물인 줄 알았는데 실재하는 모습을 보고 상상을 현실로 만든 데 대한 경의와 부러움을 함께 느꼈다.

    누군가 상상을 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에...

    사포텍카의 제사를 지냈던 종교의 중심지 미투라의 유적은 마치 아라베스크 무늬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무늬가 인상적이고 스페인의 침공 후 아즈테크의 건축물을 파괴하고 건축된 멕시코시티의 경우와 달리 벽면을 그대로 이용한 모습도 실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몬테알반은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오아하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 정상에 있는데 아즈테크 문명과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무 툴레, 작은 파묵칼레 이에르베 엘 아구아에서의 수영, 목화에서 실을 잣고 염색과 직조과정, 멕시코 전통주 메스깔 제조과정 등의 경험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산 크리스토발의 수미데로 계곡은 물빛도 아름답지만 배를 타고 달리며 보는 수려하고 장엄한 풍경과 다양한 동물들을 보며 중미가 자연의 보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팔렝케 마야 유적은 3대 마야 유적지로 꼽힐 만큼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들어가면서 규모와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으며 돌을 다루는 마야인들의 솜씨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다만 도착한 날이 월요일이라 박물관이 문을 닫아 아쉬웠다.

    과테말라 국경을 향해 가는 데 멕시코 마을 주민들이 길을 막아 할 수 없이 걸어가서 다시 차를 렌트하여 수속을 밟고 국경을 넘어갔는데 과테말라와 멕시코의 국경도시는 너무도 상상과 다르게 양쪽 국경지대가 함께 어울어진 도시라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단지 가로대 하나가 국경으로 사람들은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장을 본다. 국경이 왜 필요하고 누가 그었는지 묻고 싶다.

    체 케바라가 혁명도 잊게 만드는 곳이라고 극찬한 파나하첼 아티틀란 호수는 호수와 화산이 어울어지고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네개의 마을이 있어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다만 너무 더워서 자세히 못본 것이 아쉽다.

    배를 타고 호수를 가르며 달리는 시원함과 호수에 비치는 산 페드로 화산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안티구아를 가는 길에 들른 치치카스테낭고 원주민마을 시장은 크기도 크지만 화려한 문양의 공예품과 직물 등 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마야계 키체족으로 옛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안티구아는 여유롭게 걷기에 좋은 도시다. 있을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지진의 피해로 옛 수도의 자리를 잃었지만 아름다움은 오히려 더 돋보이는 도시다.

    인도가 매우 좁은데 빨리 걷노라면 매우 불편하고 어렵지만 느리게 걸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빠르게 걸으면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진으로 파괴된 유적들의 복구도 천천히 이루어지고 차들도 도로가 돌로 되어 있어서인지 느릿느릿 달린다. 사람이 건너면 그냥 서 준다.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없다. 그야말로 슬로우시티이고 마음에 드는 도시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화산과 함께 너무도 아름답다.

    빠까야 화산은 낮에는 화산 본연의 모습을 감추다가 일몰 후에는 용암이 분출하고 흐르는 모습이 선명하여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장관이다. 아래쪽 트레킹을 하면 나오는 열기로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란킨까지 가는 길은 황당했다. 도로공사를 하는데 아예 양쪽 길을 막고 한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통행시키는데 이곳 사람들은 불만도 없다. 때문에 란킨에 늦게야 도착했다.

    란킨에서 세묵참페이를 가는데 길이 험하여 트럭을 타고 갔다. 새로운 경험이다, 마치 어렸을 적 경운기를 타고가는 기분이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트럭을 이용한다. 버스인 셈이다. 세묵 참페이는 산과 물이 어우러져 전망대에서 보면 환상적이다. 흐르는 물에 의해 다양한 빛깔의 여러층의 수영장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겼는데 이끼가 바위에 끼어있어 다소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입장료도 받는데 관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플로레스는 아름다운 호수 속 마을로 길을 막고 하는 공사로 인해 늦게야 도착해서 석양을 보지못해 많이 아쉬웠다.

    플로레스에서 가는 마야 3대 유적지 중 하나인 티칼은 빨랑케 유적하고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피라미드 형태 신전의 규모가 거대하고 신전과 광장, 왕의 고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글 속에 있어 제2신전과 제4신전 전망대에서 보면 일부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보존도 잘되어 있다.

    마야인들은 고도의 세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벨리즈라는 나라가 있는지 솔직히 몰랐다. 한반도 1/10크기로 198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이다.

    카리브해의 보석이라 불리는데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초가 곳곳에 있어 배로 키코커 섬으로 가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바다 빛깔과 하늘 빛깔이 너무도 선명하고 흩어져 있는 섬들과 산호초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우리는 키코커에 도착한 즉시 경비행기로 블루홀을 다녀왔는데 날씨도 좋고 블루홀도 너무나 선명하여 행복한 하루였다.

    다음날 가기로 한 사람들은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여 끝내 다녀오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산호초를 뒤로하고 다시 멕시코의 바깔라르에 도착하여 7빛깔의 호수라고 불리는 바깔라르 호수를 둘러보고 수영도 했다.

    호수에는 네군데 세노테가 있는데 깊이에 따라 호수의 빛깔이 달라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 이곳은 특이하게 에스트로마톨리스라고 불리는 미생물박테리아로 만들어진 화석이 있는데 이 미생물들이 나무보다 10배가 넘는 산소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수영은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한데, 바닥이 너무 부드럽고 물의 기온도 적당하여 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안내판이 있어 보니 호수의 청결을 위해 소변을 금지하라는 문구가 있어 웃음이 나왔다.

    뚤룸에서는 Carwash 세노테를 가서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했는데 수영하는 동안에 상당히 많은 수쿠버 다이버들이 들어갔는데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나중에 나온 사람에게 물으니 안쪽에 넓은 동굴이 있어 다른 세노테하고도 연결되어 있고 종유석 등도 자라고 있고 하여 많은 수쿠버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하여 해보지 못한 데 대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수쿠버 다이빙도 해 볼까?

    밤이 되니 뚤룸 카니발이 각종 공연과 퍼레이드와 함께 진행되어 구경을 나갔다. 화려하게 분장한 사람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고 각종 놀이시설과 공연이 진행되고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호텔이 공연장 앞에 있었는데 성능좋은 스피커 덕분에 공연이 새벽 4시 반에야 끝나 잠을 완전히 설쳤다.

    뚤림국립공원인 마야 피라미드 유적지는 다른 마야 유적지와는 달리 카리브해 절벽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3면은 성벽으로 둘러싼 요새로서 이루어져 있다.

    보존상태는 양호하며 채색의 흔적도 있다.

    요새나 궁성의 위치가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과 같다. 옆에 있는 비치도 고운 모래사장과 약한 파도 등 좋은 조건이라서 수영을 즐기고 싶었지만 쿠바 입국 전 짬을 내서 왔기에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쿠바 입국은 사실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검역직원에게 서류만 제출하고 입국할 수 있었다.

    아바나의 숙소는 까사인 호스텔인데 개인이 사는 집의 빈방을 관광객에게 빌려 주는 방식으로 한 집에 다 들어갈 수가 없어서 우리 인원을 나누어서 들어갔는데 방도 넓고 쾌적하여 만족스러웠고 특히 아침식사비로 5쿡(5달러)을 냈는데 너무 잘해줘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특이한 것은 엘리베이터인데 80년이 넘은 것인데도 작동을 하는 것이 이채롭다.

    중앙광장으로 나가서 올드카를 5명이 타고 노벨 문학상 작가인 헤밍웨이 박물관을 갔다. 올드카는 우리에게는 로망이지만 쿠바사람들에게는 오래된 차라도 수리해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차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오픈카라 매연이 심했는데 쿠바 차량 대부분이 매연을 심하게 내뿜는다.

    생전에 헤밍웨이가 살던 집은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사진만 찍을 수 있는데 돈을 내면 안의 모습도 찍어준다. 그가 쓰던 물건들을 보면서 생전의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꼬히마르는 헤밍웨이 작품 중 노인과 바다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낚시를 즐기고 주인공의 모델인 선장과 술잔을 기울이며 친교를 나누었다. 이곳에는 한 어부가 기증한 선박의 프로펠러를 녹여 만든 그의 흉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쿠바를 사랑한 그는 지금 무슨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까, 지금의 쿠바를 보면서 여전히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올드카 계약 시간이 다되어 약간의 돈을 더 주기로 하고 모로성을 들렀다.

    모로요새 앞에는 예수상이 자리잡고 있어서 카스트로 정부와 가톨릭이 화해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로성은 아바나 항구의 입구에 위치하여 해적들의 침입으로 부터 아바나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는데 전체 시내가 조망되고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규모도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당시의 스페인에게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다. 안에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돌아올 때 바다밑 터널로 오니 중앙광장이 바로 앞이다.

    식사도 훌륭하고 아르마스 광장과 오비스포 거리를 걷다보니 헤밍웨이가 다니던 바인 플로리디타, 숙소를 정하기 전 묵었던 호텔인 암보스 문도스 등 그의 채취가 있는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이 호텔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하였다.

    호텔의 벽에는 그의 발자취가 사진으로 남아있고 당시의 엘리베이터가 지금도 그대로 운행 중이다.

    국립미술관은 국내관과 국제관으로 구분되어 있어 국제관으로 갔는데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으나 성화에 치중되어 있어 아쉬움이 있었으며 로마관과 이집트관은 특색있게 감상하였다.

    다만 마감시간이 되니 직원들이 퇴근 준비를 하고 마감 30분 전에 화장실을 폐쇄하여 난감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여서인지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안이함을 가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아바나 뿐만 아니고 쿠바에서는 화장실을 가면 1달러(1쿡)를 내야 한다. 바에서 커피를 마셔도 예외없이 내라고 한다. 대략 난감한 지경이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경찰마저도 화장실을 찾으면 건성이다.

    로마의 양식을 본딴 신전, 라틴국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대성당, 전쟁기념관, 박물관, 대극장, 국회의사당 등을 둘러보며 시간의 부족함을 한탄하고, 일몰에는 말라꼰 해변을 거닐며 아바나의 야경을 돌아 보았다. 밤의 파도와 불빛의 조화를 무엇으로 설명할까?

    밤에는 식사와 함께 쿠바의 전통 음악 공연을 관람했는데 식사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공연은 훌륭했다. 역시 음악은 인류 공통의 언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비날레스를 다녀오지 못한 것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와 볼 생각이다.

    트리니다드는 쿠바의 가장 오래된 도시의 하나로 체 케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기지의 역할을 해서인지 옛 시청사 건물이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아바나에서 트리니다드는 상당히 먼거리인데 차편이 마땅치않아 택시로 이동하였다. 가격은 좀 되었지만 편안하게 이동하니 좋았다.

    도시를 천천히 걷다보니 왜 잉헤니오스 계곡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안티구아처럼 파스텔톤 스페인풍 주택과 자갈길이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잉헤니오스 계곡은 증기기차를 이용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지주였던 이스나가의 저택은 현재 레스토랑으로 사용 중인데 잘 보존되어 있다.

    노예감시탑은 상당히 높게 지어졌으며 돈을 내고 오르는데 안쪽으로는 나무로 견고하게 계단을 만들어 위로 오르니 주변이 모두 조망된다.

    당시 노예들의 모습이 상상되며 다시는 이런 비인간적인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차의 종점에는 과거 사탕수수를 설탕으로 만드는 공정을 위한 시설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탕수수에서 설탕물을 짜내는 기계를 직접 돌려보니 상당히 힘이 든다.

    현재는 사탕수수 공장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앙콘해변은 택시를 타고 다녀와야 하는데 산호초가 부서진 고운 모래와 카리브해의 푸른 바다와 어울어진 곳으로 수영도 좋지만 석양이 아름답다.

    밤에는 마요르 광장 한편에서 음악과 함께 살사 춤을 추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꽉 차는데 열기가 대단하며 11시 부터는 젊은 악단 주도로 공연이 진행되어 더 활기가 넘친다.

    이곳에서 춤을 추기 위해 미리 배워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잘 추는 남자들을 보면 부럽다.

    산타클라라는 1958년 체 케바라가 이끄는 24명의 혁명군이 300명이 넘는 바티스타 정부군이 탄 기차를 습격하여 탈취함으로써 일대 전기를 이룬 장소로 장갑전차 기념비, 체 케바라와 그의 동지 17 인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기념관 및 그 위에 그의 기념비가 서 있다.

    쿠바 최고의 휴양지 바라데로는 국제적인 휴양지로 리조트들이 곳곳에 있는데 원하는 음료 및 간단한 먹을거리는 입장자에 한해 무제한 무료로 제공되는 등 식사와 수영, 공연, 시설이 수준높아 지금까지 쌓였던 여행의 모든 피로를 푸는 기회가 되었다.

    쿠바를 떠나기 전 아바나로 돌아오니 바람이 거세 말라꼰 해변에 파도가 쳐 길까지 넘어오니 장관이다. 떠나는 길에 혁명광장에서 건물에 부조되어 있는 체 케바라가 배웅을 해준다.

    쿠바에서 다시 멕시코의 칸쿤으로 오는데 쿠바공항 직원들이 불친절하고 시설이 많이 열악하다. 우리나라 공항이 그립다.

    멕시코 칸쿤은 쿠바와 와이파이, 화장실, 직원들의 태도 등 다른 점이 너무 많은데 특히 사람들이 활기차다.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요즈음 한국에서도 신혼여행지로 떠오르고 미국인들이 은퇴후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곳으로 해변의 모래가 너무 곱고 바다도 좋다.

    칸쿤은 뱀을 의미하는데 정말 뱀처럼 가늘고 길다. 길을 걷다보면 양쪽 바다와 호수가 함께 보일 정도로 좁다. 그런데 세계 유수의 호텔은 다 들어와 있다.

    플라야 델피네스 퍼블릭 비치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해변으로 아슬라 무헤레스 섬과 함께 모래가 곱고 햇빛도 좋아 수영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많다. 그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보낸 시간은 너무도 좋았다.

    버스도 자주있고 버스비도 저렴하며 호텔존과 쇼핑센터 등을 천천히 걷는 것도 매력이 있다.

    밤에는 코코봉고 쇼를 관람했는데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즐겁고 참신한 쇼무대였고, 마음껏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유카탄 반도를 지배했던 마야문명 최대의 피라미드인 체첸잇사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잘 보존되어 있으며, 쿠쿨칸 피라미드는 볼수록, 의미를 알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개의 기둥들은 부조가 되어있는 부분도 있는데 본래 모습을 상상해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경기장의 규모, 경기 규칙이 있는 벽면, 각종 신전과 제단, 천문대 등은 당시의 과학기술의 수준이 엄청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곳에는 세노테가 여러 곳 있는데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아름다운 천연 수영장 익킬이다. 이미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많이 방영된 곳으로 한번씩 뛰어들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다.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이번 여행은 이과수의 장엄함,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이나 피츠로이의 웅장함과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해도 못지않은 아즈테크와 마야 등 유적과 역사, 세계 자연환경의 보고라는 칭호답게 다양한 동식물들, 카스피 해의 꿈에서도 다시 보고싶은 에메랄드빛 바다, 모래사장, 파스텔톤의 정겨운 집들, 사람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웃음 등 소소한 즐거움이 끊이지 않은 여행이었고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여행이었다.

    카네기 멜런대학의 랜디포시교수는 말기 췌장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삶을 즐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이번 여행에서는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느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할까 벌써 마음이 설레인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끝으로 이번 여행 도중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입국금지국의 증가로 여행에 차질이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으나, 일정대로 훌륭하게 마무리 할 수 있게 해 준 소피아 팀장과 이번 여행의 기회를 준 오지투어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