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차 남미 '리얼 ㅡ프리' 45일, 클릭하다.
남미 가고 싶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올해는 어디를 여행해 볼까? 북유럽? 동유럽?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지인이 오지투어로 남미 다녀왔다며 적극 추천하여 검색에 돌입, 맘이 쏠리기 시작한다. 배낭여행도 생각해 봤으나 치안도 안 좋을 것 같고 교통도 불편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과 작년 스모포 3국 44일간 여행 일정을 짜면서 머리에 쥐 내린 생각을 하니 두통이 먼저 밀려왔다. 그런데 오지에서 눈에 딱 띈 '리얼ㅡ프리' 상품.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의 장점을 잘 결합한 '리얼ㅡ프리'. 더구나 45일 일정. 더 긴 상품이 있었다면 그걸 선택했을 거다. 마산 집에서 첫 여행 시작점 페루 리마의 호텔까지, 즉 Home to Hotel까지 걸린 시간이 딱 60시간이다. 이러니 남미가 엄두 내기 힘든 곳이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긴 시간 들여서 가는 곳이니 최대한 길게 여행해야 가는 데까지 들인 공에 대한 보답일 것 같았다.그래도 막상 예약 버튼 클릭을 하려니 망설여진다. 신랑에게 '누른다'를 몇 번 확인한 후 마침내 클릭. 8명 기신청으로 '출발 확정' 상품에 우리가 더해져 10명. 결정됐다. 내 사전에 취소란 없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꿈같은 남미 여행. 자유 배낭여행의 설렘을 편하게 누리며 여행한 375차 남미 리얼 ㅡ프리 45일간의 후기 지금부터 두둥! 45일간의 대장정에 오르다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훤칠한 청년 마테오. 아직은 앳된 청년이라 믿음이 갈락 말락. 출발 한 달 전쯤 두 분의 추가 신청으로 여행하기 딱 좋은 12명. 우리는 1년에 친구 만나는 횟수보다 훨씬 더 많은 날 45일 동안을 함께 즐기고 나누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전 자료들을 찾아보며 설렘과 기대감으로 충만하지 않은 장소가 없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자연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이해하려면 정치 경제 역사 등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찾아본다고 봤지만 짧은 시간에 턱없이 부족했다. 온몸으로, 두 발로, 오감 육감으로 그리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수밖에. 10월 14일 오전 11시 40분 비행기 출발, 14일 오후 8시 53분 도착. 인천공항에서 멕시코를 거쳐 36시간 만에 페루 리마 차베스 공항에 내린다. 랜딩하는 하늘 아래 리마는 황금의 나라답게 황금을 뿌려놓은 듯 금색으로 반짝인다. 우리와는 대각선으로 지구 정 반대편에 있는 남미대륙. 우리는 '남쪽 나라' 하면 따뜻한 이미지인데 이곳에선 남극을 향하여 점점 추워지는, 참 멀고도 낯선 땅, 페루. 그러면서도 몽골로이드 계통의 우리와 같은 조상을 지닌, 남자다운 투박한 모습이 친근한 나라, 페루. 우수에 젖은 팬 플롯 소리가 우리네 퉁소 소리인 듯, 그 애잔한 소리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나라, 페루. 이곳을 시작으로 우리의 45일 여정이 펼쳐진다. 직관한다는 것 숱한 사진과 영상으로 보아왔던 유적지들, 문화들 자연들. 어느 것 하나도 현장에서 나의 모든 오감, 육감,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것이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마추픽추, 그리고 마추픽추를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와이나픽추. 늘 가슴 속에 선망해 오던 유적들을 대면하고, 두 발로 디뎠을 때 밀려오는 그 경이로움과 감탄은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다. 이구아수 폭포를 갔을 때, 우리는 열대우림 속을 열차 타고 들어가서 탐방로 따라 폭포 주변으로 걸으며 바라보았다. 다음엔 보트를 타고 폭포 속으로 들락날락하며 물벼락을 맞아가며, 나타를 모르고, 그 깊이를 모르고 쏟아져 내리꽂는 폭포 줄기의 포효소리와 거센 물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 와중에 쏟아져 내리는 그 찰나, 햇살에 부서지는 그 찰나의 눈부심을 바로 그 밑에서 목도하고야 말았다. 폭포 그 자체를 온몸으로 느낀 거다. 그리곤 다시 Superior 탐방길, Inperior 탐방길을 걸으며 폭포의 위에서 아래에서 쏟아져 내리는 굉음을 듣고 보았다. 다음날은 브라질 쪽에서 아르헨티나 쪽의 폭포와 악마의 목구멍 그 앞까지 놓인 다리에서, 폭포 바로 정면에서 거대한 장벽으로 덮칠 듯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보았다. 그리곤 다시 헬기를 타고 275개의 물줄기가 2천7백m의 넓이에서 날개를 펴고 집어삼킬 듯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한눈에 조망했다. 이것이 사진과 영상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직관의 감동이다. 어떤 사물이나 자연을 바라볼 때 그 사물이나 자연이 놓여 있는 공간, 시간대, 날씨에 따라, 그리고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 시각, 관점, 감정 상태, 상황 등에 따라 인식의 정도는 완전히 다르다. 하물며 영상과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 감각과의 차이는 말해서 무엇하리. 이러한 감동을, 리마를 기점으로, 아래쪽으로 비행기 혹은 버스를 타고 내려가며 연일 누린 거다. 우리는 날씨 요정 게다가 우리 팀엔 나를 비롯하여 자칭 날씨 요정들이 많았다. 덕분에 가는 곳마다 날씨는 우리를 환영해 주었고, 투어 아침 비가 오다가도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그곳의 비경을 우리에게 드러내곤 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비경을 감추고 있던 신비로운 마추픽추. 바람이 구름을 걷어 올리자 나타난 고대 공중 도시 마추픽추. 눈 아래 펼쳐진 믿기지 않는 거대 도시. 그 웅대함과 정교함. 거기에 담긴 생활상과 그들의 철학, 당시의 건축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니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와이나픽추에 올라 반대편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마추픽추는 감동 그 자체였다. 날씨 요정들 덕분에, 그리고 모두의 긍정의 기운으로, 그리하여 하늘의 가호를 받아 우리 인솔자 마테오를 포함한 우리 13명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인솔자 마테오, 그리고 불타는 고구마 그리고 마테오. 스물여섯 앳된 청년 마테오. 처음의 우려는 기우였음을 하루하루 일정이 진행되며 느꼈다. 리마 시티투어 때 한 분이 실종(?)(나중에 보니 호텔에 안전하게 들어가셨음)되어 잠시 당황했었으나, 그 이후 마테오의 리더십은 매우 훌륭했다. 인솔자로서 정도를 걸으며 세심하게 안내하고 챙기고 하는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믿음이 갔다. 특히 엘찰텐에서 피츠로이 트레킹을 할 때 그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우린 피츠로이 세 봉우리의 불타는 고구마를 보기 위해 일출 소요 시간에 맞춰 한밤 12시에 호텔을 나섰다. 오로지 손전등에만 의지해 발 디딜 곳을 찾으며 전진. 눈을 들어 볼 경치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오직 한 치 코앞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내 발걸음을 놓을 뿐이다. 한국에서 충전해 온 손전등은 준비해 온 멀티 콘센트가 부실해서 미리 점검을 못 했더니 이내 방전되고 말았다. 핸드폰도 호텔에 두고 왔다. 다른 사람의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 손전등을 준비한 사람 몇, 그리고 핸드폰 불빛 몇. 이런 몇 사람의 불빛에 의존해 우리 열두 명은 앞으로 나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자갈 바위 모래 산길에 열두 명의 그룹. 이런 상황이 무슨 서바이벌 게임 같다. 무려 12km를 올라가야 하는데 산을 잘 타는 사람이 먼저 치고 나가고 자꾸 앞서려 하자 마테오가 제지한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을 뒤에 배치하고 속도와 간격을 조절한다. 차분하게 정도를 걸으며 산행의 구간 구간에 대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며 나아간다. '십분의 일 지점입니다.' '이 구간은 조금 오르막입니다.' '조금 지나면 쉴 만한 곳이 나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갈게요.' 긴 다리를 좁혀 걸으며 뒤처지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 '돌부리가 있어요.' '다리를 건넙니다.' 조금 위험한 구간이 나오면 일행이 다 건널 때까지 불빛을 비춰주며 기다린다. 인솔자로서 베스트 중의 베스트다. 산행로의 난이도에 따라 걸음의 완급을 조절하고 도착시간을 고려해 휴식 시간을 조절하고 화장실 이용까지도 조절한다. 마지막 9/10구간에서는 해 뜨는 시간과 정상까지의 시간을 고려하여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각자의 페이스대로 가도록 하고 자신은 제일 뒤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올라간다. 마지막 구간은 험한 자갈길에 경사까지 가팔라서 정말 ‘악’소리가 나는 구간이다. 빨리 올라가도 해 뜨는 시간은 똑같은데 성질 급한 사람은 진작 내뺐다. 마테오는 뒤에서 막판 가파른 길을 뒷사람 챙기며 올라가다가 마지막엔 긴 다리로 겅중겅중 올라가 자신의 배낭을 내려놓곤 다시 내려와 뒤처진 사람들 배낭을 앞뒤로 둘러메고 올라간다.여러모로 참 건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청년이다. 그렇게 힘들게 피츠로이 전망대에 올랐을 때, 돌아 돌아 가느라 숱한 능선들과 봉우리들에 가려서 고구마 세워놓은 듯한 자태를 감추고 있던 피츠로이가 '짠' 하고 거짓말처럼 일월도 병풍 같은 모습을 눈앞에 드러낸다. 그 웅장함이란…. 전날 엘찰텐으로 달려오면서 차창밖으로 보았던 피츠로이, 그리고 콘도르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피츠로이.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여행 온 목적이 달성된 듯 충분히 가슴 벅찼는데 두 발로 걸어 올라가 코 앞에서 바라본 피츠로이의 장엄함이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진이 눈의 섬세함과 각도를 담을 수 없고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은 늘 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은 그 대상과 바라보는 주체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달리 인식된다. 주체의 물리적, 정신적 상태, 상황. 육체적으로 팔팔한지, 지쳤는지, 사전 지식은 있는지, 기대감이 큰지 작은지. 경험치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대상을 어떤 각도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어떤 위치에서 보는지, 대상을 바라볼 때의 시간과 자연조건은 어떤지. 별밤인지 달밤인지 일출 일몰인지 혹은 대낮인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눈이 내리는지, 아~ 얼마나 수만 가지 변수가 있겠는가. 그중의 한 시점 해 뜨는 일출의 순간 붉게 물든 피츠로이를 마주하기 위해 우린 이른 새벽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기 이곳까지 온 것이다. 깔개를 펴고 피츠로이와 대면하여 마주 앉았다. 바람은 몸을 흔드는 데 마음은 고요하다. 맞은편 동쪽 하늘은 보랏빛에서 짙은 주홍색으로 다시 눈부신 주황으로 황금색으로 차츰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피츠로이도 태양 빛을 영접하며 반응하기 시작한다. 불타오른다. 일명 불타오르는 고구마라 불리는 피츠로이가 화면을 채우는 순간이다. 딱 5분간. 그렇게 사람들은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 카메라 셔터가 바쁘다. 돌아 내려가려는데 발걸음이 헛헛하다. 왜?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성취감? 6시간을 올라왔다가 다시 6시간을 내려가야 한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이건 말도 안 된다. 오르는 과정 중 내 안의 움직임, 동튼 후 내려가면서 벗겨진 웅장한 피츠로이의 자태. 불타는 고구마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반하면서 분명 내 안의 변화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등산화에 부딪혀 욱신거리는 발가락의 고통을 이겨낼 만큼의 무언가를 효율성으로 재지 말고 그저 감동으로 가슴에 새기며 내려온다. 내려올 땐 카프리 호수 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거리는 같다. 올라갈 때 깜깜해서 보지 못했던 피츠로이의 풍광들이 호수에 가득 담긴다. 호수에 반영되어 환상적인 두 개의 피츠로이를 보며 힘듦을 녹여본다. 장한 내 두 다리와 두 발에 찬사와 함께 뜨거운 물세례로 위로를 보낸다. 보이는 것, 보는 것. 45일간의 루트와 선택 투어는 오지투어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우린 이곳에 언제 또 오겠냐는 생각에 할 수 있는 체험은 모두 했고, 보이는 것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볼 수 없는 것까지도 보려고 애썼다. 처음 보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낯선 풍광들은 감탄과 더불어 많은 의문과 생각들도 불러일으켰다. 바예스타스섬의 훔볼트 펭귄들은 허락도 없이 자기들 삶의 터전에 큰 소음과 함께 밀고 들어와 사진을 찍어대는 인간들이 얼마나 귀찮고 두려울까? 1500년 전 농경과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아쿠에둑토는 정말 신박했다. 아쿠에둑토는 지상에서 달팽이 모양으로 지상에서부터 수로가 나올 때까지 지하로 파고 들어간다. 때문에 지하수를 마치 지상의 시냇물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건축 기술, 그리고 수로를 찾아내는 그 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경비행기 타고 바라본 나스카 지상화는 경이로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추측만 할 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나스카 지상화 제작 과정에 관한 영상을 보고, 나스카 지상화의 규모와 문양에 대해 알고 보니 더욱 경이로웠다. 와카치나 사막에서 버기카 타고 사막의 모래 구릉을 거칠 것 없이 마구 달리는 쾌감이란. 게다가 샌드보드까지. 드라이버는 샌드보드 타는 요령을 설명한 후, 난이도 하의 경사로에서부터 차례로 난이도 중, 상의 경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샌드보드를 타게 하여, 우리가 적응해 가며 샌드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쿠스코에 도착한 첫날은 다리가 무겁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등 고산증세가 나타나 고생했다. 다음날 성스러운 계곡을 지나 오얀따이땀보로 가니 고산증세는 바로 사라진다. 아구아스 칼리안테스에서 마추픽추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왔을 때 고산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완벽 적응이다. 쿠스코의 12각 돌을 비롯한 석축이나 대성당,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아구아스 칼리안테스까지 가는 길에 들른 성스러운 계곡, 오얀따이땀보에서 쿠스코로 돌아오며 들른 살리네라스 소금염전, 잉카시대 농업시험장 모라이. 직물시장으로 유명한 고산 마을 친체로. 그리고 쿠스코에서 1일 투어로 다녀왔던 무지개산 비니쿤카. 페루의 자연환경이나 잉카 문명들 모두가 첫 경험. 그저 경이로움으로 내게 남는다. 볼리비아는 페루 푸노에서 국경도시 데시구아데로 이동하여 육로로 들어간다. 해발 3천6백m의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는 도심의 지형이 협곡에 들어앉은 형국인데 신박하게도 대중교통 수단이 그 지형에 맞춘 케이블카다. 우리는 높은 곳에 올라 아래 풍광을 조망하기 위한 관광상품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데, 이곳은 일상의 교통수단인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마을인 높은 지대 엘알토와 아래쪽 부자들의 도시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종으로 횡으로 7가지의 색으로 구별하여 운행한다. 관광상품 역할도 하며. 이렇게 협곡 같은 도시는 밤에 빛을 발한다. 깔리깔리 전망대에 서면 도시가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싸인 채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반짝인다. 높은 지대에 사는 가난한 자들의 불빛이다. 산티아고에서 1일 투어로 다녀왔던 벽화마을 발파라이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보카 지구, 리우 데 자네이루의 가난한 산동네 올라가는 형형색색 타일의 셀라론 계단, 부산의 전쟁 피란 마을인 감천동 벽화마을,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하나같이 가난한 마을들은 알록달록 치장하고 관광객을 받고 있다. 이런 치장이 부디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를,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인 이곳에 들끓는 소음과 쓰레기 등 불편함을 초래하며 창출된 수익이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사진찍기에만 열광하지 말고 아픔을 공유하고 현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하길 바란다. 볼리비아 방문 목적은 오로지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서다. 새벽 4시 별빛 & 일출 투어. 새하얀 거울에 비친 새파란 하늘. 지구의 거대한 하늘 거울에서 랜드 크루즈 드라이버들이 개발한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거울 반영 놀이, 다시 말해 사진찍기 작업을 수행했다. 작업이자 놀이였고 아름답고 신비로웠기에 어린아이처럼 많이 웃었고, 즐겁고 행복했다. 수백만 년 바람의 붓과 물의 칼로 다듬어진 라파즈의 달의 계곡,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달의 계곡. 모두 지구는 아닐 것 같은 곳. 달의 표면과 닮았다는 이곳을 돌아보고 석양을 바라보며 다과와 함께 와인잔을 든다. 달의 계곡 뒤편으로 해의 굿 굿바이 공연이 시작된다.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말없이 앉아 있던 이런 순간들의 잔영이 늘 오래도록 가슴에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아타카마사막이 있는 칠레 깔리마에서 산티아고를 거쳐 도착한 푸에르토 몬트. 푸에르토 바라스. 다음엔 국경을 넘어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바릴로체. RUTA 40을 12시간 달려 도착한 로스 안티구오스. 로스 안티구오스 셋쨋날 우린 이탈리아 할머니, 할아버지 관광팀과 같이 보트를 타고 마블채플 투어를 했고, 투어 후 롯지에서 아사도와 와인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 중에 흐르는 탱고 음악에 몸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니, 현지 가이드가 내 손을 이끈다. 이끄는 대로 무대 아닌 무대에 나가 신나게 춤을 추니 모두 나와 함께 어우러진다.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다. 여기까지가 25일간의 여정이다. 로스 안티구오스에서 이어진 엘찰텐, 엘칼라파테, 그리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거쳐 마침애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반환점을 돌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푸에르토이과수, 포스두이과수, 마침내 마지막 여정지 리우데자네이루. 리우데자네이루를 끝으로 우린 상파울로, 런던을 거쳐 인천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남미대륙 2/3를 종단하는 여정인 만큼 이동 거리가 매우 길었고, 따라서 버스나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밤에 이동하는 경우는 잠을 자려고 노력했고, 낮에 이동하는 경우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애썼다. 해서 이번에는 블로그에 우리(나와 신랑)의 여행일지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여행 후기를 쓰는데 너무 가슴이 벅차 지나치게 길어지고 말았다. 상세한 내용은 블로그에 올리는 걸로 숙제로 남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우선은 마테오를 비롯한 우리 팀원 12명.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행 고수님들.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들과 재능들, 그리고 무엇보다 합이 잘 맞는 덕에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우유니 소금호텔에서 나의 즉석 제안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라면 & 비어파티로 일행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엘칼라파테에서 모레노 빙하 투어 후에 마테오의 준비로 함께 즐긴 바베큐 & 말벡 와인 파티. 수철샘은 불 옆에서 고기 굽는 솜씨를 자랑하셨고, 여기에 뜨끈한 국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즉석에서 이*길샘이 끓여주신 소고기 버섯 야채국은 환상이었다. 그리고 정감 넘치는 충청도 사투리로 늘 웃음을 안기신 정*환샘. 피츠로이 새벽 등반 때 초점이 안 맞아 단차 있는 곳 오르내릴 때 힘들어하는 신랑을 핸드폰 불빛 비춰주며 도와준 베스트 *정과 막내 왕*연. 그리고 말미에서 대열을 챙겨주신 김*준샘, 김*해샘. 우유니에서 추워서 몸을 움츠릴 때 뜨거운 국물 한 잔 호로록 마시면 몸이 풀린다며 블록 어묵국 챙겨주던 이*재. 로그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수시로 일행들 사진 찍어 주신 유*희샘. 3년 전 남미 여행을 하셨으나 날씨나 페루의 정세 등으로 놓친 것들이 많아서 꼭 다시 보고 싶어 다시 도전하셨다는 김*언샘의 상세한 정보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갖고 있는 재능과 장점에 팀워크가 더해져 환상의 팀이 되어갔다. 모두 감사합니다. 마추픽추에서 만난 페루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님. 그들은 우리가 꼬레아인인 것에 매우 반가워하고 열광했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돌아가며 개별사진도 찍고는 그들의 단체모자를 나와 신랑에게 선물로 준다. 그들의 반가워함이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다. 이게 K-Culcure 효과라는 생각에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아구아스 칼리안테스에서 Bunsik K-Style Nudle 식당에 라면 먹으러 가서 만난 한국 부부. 7개월째 세계여행 중이라던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우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바로 저거다. 칠레 산티아고 Duri Sushi 식당에서 만난, 유타주에서 오셨다는 한국 부부. 동포인 것만으로 반가워 한참 정담을 나누다가 미국 여행 가면 꼭 들르겠다고 미국 방문지 1호로 정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테아트르 콜론에서 옆자리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었던 페루 할아버지 부부. 너무 유쾌하셔서 한국 할아버지 같았던 그분 덕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수아이아 한국 옷 가게 앞에서 만난 한국 사장님. 맛집을 알려주셨는데 다음날 비행기 타러 가기 전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부둣가에 유명한 백년 찻집 Ramos Generales에 갔다가 이분을 또 만났다. 우리와 합석하여 이민사, 지역 정보, 여행 팁 등 한참 정담을 나누고는 찻값을 내주신다. 여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가장 따뜻하게 남는 것은 사람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내 세계의 확장이다. 여행은 왜 하는가? 여행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배낭여행을 준비할 땐 스케줄 잡는 일이나 예약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이런 걸 감내하면서 해야 하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안락한 소파에 몸을 누인 듯한 더할 수 없는 편안함. 그런데 이걸 밀어내고 또 고생길을? 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 감탄이 나를 밀어낸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긴장과 희열, 감동은 책이나 영상하곤 다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경계가 무너지고 확장됨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여행지를 탐색했다. 남들이 힘들다는 남미도 다녀왔으니 이제 더 힘들 것 같은 곳도 쉬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꿈꿀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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